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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8-07 11:43
은둔자의 꿈과 희망: 김두수와의 인터뷰(2-1)
 글쓴이 : 허브
조회 : 2,038  


신현준 homey@orgio.net | contents planner

일시: 2002년 4월 5일
장소: 마포 한강변 [weiv] 안가(安家)
인터뷰어: 신현준


'전설적 언더그라운드 포크 음악인' 김두수와의 만남은 매우 힘들고도 쉬웠다. 힘들었던 이유는 그를 만나보려고 여기저기 수소문해 보았지만 아무도 연락처를 몰랐기 때문이었고, 쉬웠던 이유는 작업실에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그의 매니저(?)로부터 직접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서울에 살지 않는 김두수와 일정을 맞추는 일이 다소 힘들어서 4월 5일 공휴일 오후에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예상과는 달리 차분하고 예의바른 인성을 가진 사람이었고, 처음 보는 순간부터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 같았다. 노래할 때의 귀기어린 목소리와는 다르게 말하는 목소리는 '구수하다'고 할 정도로 다정다감했고, 대구 억양이 남아 있는 말투도 정겨움을 더했다. 다소의 덕담이 오간 끝에 첫 질문이 나왔다. 상투적인 질문이.

'언더그라운드 포크'에 대하여

문: 10년만에 앨범을 냈는데 그 동안 뭐하고 지내셨는지요?
답: (웃음) 그런 질문 많이 받았는데 그냥 일반적 삶을 살았습니다.

문: 서울을 떠나신 게 언제였죠?
답: 연도수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1990년대 초에 양평에 갔고, 강릉에 산 지는 7년쯤 되었습니다.

문: 본인은 그렇게 생각지 않더라고 은둔자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답: 그건 머 활동을 안 했다는 이야기겠죠. 제가 속세를 떠나 탈속을 해서 어디로 숨어든 사람은 아닙니다.

문: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도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답: 글쎄요. 제 음악을 잘 받아주지도 않고 제가 염증을 느낀 부분도 있죠. 제도권 시스템 같은 것들에 대해서.

문: 마지막 앨범 낸 것이 1991년이면 그래도 그때는 제도권 시스템이 지금 같지는 않았던 때라고 생각하는데...
답: 지금 어떤지는 제가 잘 모르겠구요... 그때도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음반사와 음악인들 간의 계약관계가 바람직하지는 않았죠. 오히려 지금은 자주 공개가 되고 하는데 그때는 장막 뒤의 일들이었으니까.

문: 2집을 발매한 동아기획과의 관계도 그랬다는 말씀이신지...
답: 그분들한테는 제가 좀 미안하죠. 음반을 내자마자 앓아 누워서 활동을 별로 못 했으니까. 동아기획하고는 그런 건 많지 않았구요. 그분들은 아마 내가 아픈 줄도 몰랐을 겁니다. 조동진씨나 그쪽 분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하고 전화를 거의 안 하고 살았습니다. 전화라도 하고 좀 만나야 근황을 알텐데 전혀 그러지 않았던 것이죠.

문: 그런 행적이 김두수씨를 이성원, 곽성삼과 더불어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 포크 3인방'이라고 부르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답: 그런 규정에 대해서도 왜 그렇게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일보에 있는 최규성씨가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음악적 경향이라기보다는 비슷한 시기 활동했던 것이라든가 한동안 활동하지 않았다가 10여 년만에 컴백한 것을 두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문: '언더그라운드 포크'라는 규정 가운데 '포크'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답: 본래 포크(folk)란 민속음악을 포크라고 하는데... 기타, 어쿠스틱 기타 반주를 많이 하면 포크라고 부르는데 용어가 이상하게 쓰이는 것 같아요. 가든이 고깃집이라고 쓰이는 것처럼...

문: 그러면 자신의 음악에 대해 어떻게 말씀하고 싶으신가요?
답: 그건 청자들의 자유 같습니다. 듣는 분들이 자기들 기준에 부합한다면 그렇게 불러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저로서는 '김두수가 포크 성향이 있다'는 정도가 무리는 없는 것 같습니다.

문: 그렇다면 '언더그라운드'에 특별히 비중을 두시는 것도 아니신가요?
답: 그것 역시 제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죠.

이번 음반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누가 들을까.

문: 그렇다면 김두수씨에게 영향력을 미친 음악인이나 음악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꼭 이번 음반에 국한되는 질문이 아니라...
답: 그렇게 결정적으로 한 사람이 있다기보다는 모든 음악인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없고... 저도 1970년대 음악들의 감상자의 한 명이었으니까... 특정한 스승이 있다거나 사모했다거나 깊이 빠져들었던 적은 없어요. 이번 앨범에서 고든 라이트푸트(Gordon Lightfoot)의 곡을 번안해 부른 것도 영향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김두수 - 새벽비(원곡: Gordon Lightfoot - Early Morning Rain) ([자유혼(2002)] 수록) 
김두수 - 햇빛이 물에 비쳐 반짝일 때(명상을 위한 소리 ad-lib)([김두수 3집](1991) 수록) 

문: 모호하네요(웃음). 김두수의 3집은 '프로그레시브'하다는 평이 있는데, 혹시 지금이라도 떠오르는 음악이 있으신가요?
답: 글쎄요. 역시 특정한 음악이라기보다는 연주를 자유롭게 하는 음악, 가령 A에서 B로, B에서 C로 진행하는 식이 아니라 자유롭게 형식을 펼치는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그때 그런 실험도 해 보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역시 모호하죠?(웃음)

문: 최근 음악도 많이 접하시나요?
답: 정보가 많이 부족합니다. 예전에 갖고 있던 LP를 손님들이 오면 가끔 골라서 듣는 정도죠.

문: 이번 음반은 직접 프로듀싱하신 건가요?
답: 프로듀싱인지는 모르지만 작업을 직접 주관했습니다. 그런 게 프로듀싱 맞나요?

문: 통상 '포크 가수'라고 그러면 사운드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인상이 있고 그래서 젊은 음악 감상자들에게는 호소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김두수씨 이번 음반은 사운드에 세심한 신경을 쓴 면이 보이던데.
답: 사운드에 신경을 쓴 것 같습니까? 특별히 사운드에 집착한 것은 아니고, 제가 제일 바라는 건 저의 감정이 전달이 잘 되는 것이죠. 아무리 훌륭한 반주라도 노래 분위기를 해치면 저는 즉각 중단시킵니다.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사운드보다는 전달에 중점을 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사운드의 프로듀싱과 노래의 편곡 사이에 다소 소통의 장애가 있었다.)

문: 이번 음반은 사운드가 화려하지는 않고 소박하고 정갈해 보입니다. 저는 이전 앨범에서의 날카로움을 기대했는데 처음에는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여러 번 들으니까 나름의 맛이 있었지만...
답: 이번에는 소품들, 편안한 곡들로 선곡해서 꾸몄습니다. 처음에는 40곡쯤 되었는데 추리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죠. 앨범을 3년 전부터 준비했으니까 미리 써 놓았던 곡들도 있었고.

문: 지방에 거주하면서 서울을 왕복하면서 레코딩하시기가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만...
답: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강원도에 있는 집에 A-Dart 8트랙 레코더에서 먼저 노래하고, 기타 치고, 코러스 넣고 그 테이프를 서울로 가지고 와서 더빙을 했습니다. 악기 연주를 나중에 했으니까 역순으로 한 셈이죠. 더욱 어려웠던 점은...세 션 연주인을 선택하는 폭이 우리나라는 너무 작지 않습니까. 몇몇 사람밖에 없고, 세션맨을 제 의도에 맞게 구하는 게 힘들었죠. 제가 12-3년만에 녹음을 하니까 전에 연락되던 분들이 이민도 가고 그만 두기도 하고 연락도 안 되더군요. 1집에서 베이스 연주하던 분은 미국으로 이민가셨고... 그분 성함이 서... 아, 기억력에 문제가 많습니다(웃음).

문: 과거와 비교해서 요즘 스튜디오 여건에서 어떤 변화를 느끼셨는지요?
답: 1집은 장충 스튜디오, 2집은 서울 스튜디오, 3집은 현대음향 스튜디오를 이용했는데, 이번에 해 보니까 스튜디오가 소규모화되어서 집중력은 좋아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엔지니어들이 굉장히 권위적이었습니다. 나이도 많은 분들이었고, 그래서 OK 사인을 엔지니어가 다 내 버렸죠. 제작자 측에서도 비용 때문에 '프로' 수를 단속했고... 1집은 일곱 프로만에 끝내라고 오더가 떨어졌었죠. 반주하는 데 세 프로 노래 한 프로, 믹스다운 한 프로... 이러니 음반이 경쟁력이 있을 수가 없죠. 그때는 가수보다도 편곡자가 정해진 프로 내에 끝내줘야 했던 때였죠. 레코딩은 많이 하면 할수록 뭔가 달라지는 건데...(참고로 한국 음악산업에서 '프로'란 영어로는 '레코딩 세션(session)'의 단위이고 통상 3시간 반이다)

김두수 - 작은 새의 꿈(원제: 철탑 위에 앉은 새) ([김두수 1집](1986) 수록) 

문: 요즘 대중음악계의 환경을 볼 때 이번 음반 같은 경우 어떻게 '홍보'하실지 솔직히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답: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문: 아니 그런 말이 아니구요. 어떻게 청중을 찾아나가시려는지 궁금하다는 점입니다.
답: 그건 옆에 있는 리버맨 뮤직에 전적으로 의뢰한 것이고, 그게 제 파트는 아니죠. 저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고... 일종의 역할분담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문: 그런 말도 아니고(웃음) 최근 '베테랑의 컴백'이라는 식으로 일정한 흐름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노스탤지어에 머문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두수씨도 의도하지 않게 그런 흐름으로 매이는 경우가 있을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왠지 말이 잘 안나오네요(웃음).
답: 제가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드는데 명수입니다. 우선, 저는 전혀 베테랑이 못 됩니다. 그리고 옛 분위기를 답습한다는 말씀이죠?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솔직히 고백해서 '동료'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제 불행입니다. 오히려 교류하면서 보완도 되고 같은 흐름도 가질 수 있을 텐데 저는 그런 부분이 없죠. 이번에 세션으로 참여한 김광석씨 같은 경우도 블루스 기타를 잘 치시니까 한 곡에 참여하신 것이지 꾸준히 교류해 왔다거나 그런 건 아니죠. 예를 들어 하덕규씨의 경우 함춘호씨같이 그렇게 기타를 잘 치는 친구가 옆에 있으면 얼마나 힘이 되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기타리스트도 아닌데 제 스타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으니까 제가 해결해야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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