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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8-13 17:12
음악의 상처, 상처의 음악-1
 글쓴이 : 달노래
조회 : 2,099  

(허브님 고군분투에 힘이 되어드리고자
 작년에 모 싸이트에 올렸던 글 옮겨 봅니다)


I- 음악의 상처

지난 1년 반 동안 정체 모를 질병에 시달려 왔다.
사진에서 보듯이 내 왼손 검지 손톱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얼핏 보기엔 손발톱 무좀처럼 보이지만, ‘정체 모를’이란
단서를 붙인 건 바로 이게 손발톱 무좀이 아니기 때문이며
또한 현대 의학도 이 증세를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처음 증세가 나타나자 나 역시 손발톱 무좀을 의심하고
아주 부끄러운 마음으로 피부과를 노크했다.
군대 3년 있으면서 그 흔한 무좀 한번 안 걸린 내가
아니 손발톱 무좀이라니!!
(나는 열 발가락 사이가 시원시원하게 벌어져 있어
평생 무좀이란 걸 모르고 살아 왔다)

의사는 일차적으로 조갑진균증(이게 바로 손발톱무좀이란다)이
의심되기는 하나, 아닌 것 같기도 하다며 고개를 갸우뚱-
치료약을 먹으면 조갑진균증은 쉽게 치료가 되기 때문에
약을 먹어 보고 호전되면 맞는 거고 호전되지 않으면
조갑진균증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나…
세상에 별 희한한 처방을 다 봤다.
위염이 의심되니 일단 배 갈라 보고
아니면 덮어 버리면 그만이지- 뭐, 이런 건가?
게다가 조갑진균증 치료약은 간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자칫 무좀균 때려 잡다가 간이 상할 수도 있기에
투약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아주 모순된 언급도 잊지 않았다.

따라서 먼저 간 검사…이상무!
내 간이 아주 싱싱하다는 의외의 검사 소견이
손톱과 관련된 1년 반 중에서 받은 유일한 위안이었다.
하여, 먹는 약 투약! 일주일간 투약, 3주 쉬었다 다시 1주일 투약-
이런 식으로 3달을 먹고 3달 뒤에 또 투약...이렇게 치료하면 웬만한 경우 완치-
(바르는 치료약은 상대적으로 치료효과가 미진하여
먹는 약이 확실하나 문제는 간에 부담이 된다는 점)

그러나, 내 손톱은 말 그대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간에 부담이 가는 약을 그렇게 먹었고, 따라서 간이 염려되어
술한잔 안하고 3달을 견뎌왔건만 손톱은 호전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음 수순은 난치병을 겪는 일반 환자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된다.
병원을 바꾸는 것이다.
바꿨다.
그대로...
또 바꿨다.
그대로...

거 참---
한결 같은 대답…

마침내 대학병원으로 갔다.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검사하고 치료하자!
먼저 문제의 손톱을 긁어 내어 세균 배양 실험을 했다.
3개월 동안 긁어 낸 손톱을 일정한 조건하에 배양실험을 해서
조갑진균(무좀 곰팡이균)이 검출되면 그 증세가 맞는 것이란다.
그런데 문제는 최소한 3개월이 넘게 배양을 해야 하며,
실제 무좀 곰팡이균이 있더라도 배양에 성공하는 경우는 50%를
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래 저래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으니… 검사하는 수 밖에!
물론 그 3달 동안에도 만약을 위해 투약을 멈추지 말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1주 투약, 3주 잠복 후, 1주 투약 …3개월 투약이라는
동일한 처방을 받았다.

손끝이 이렇게 된 게 뭐 대수냐 싶겠지만, 정말, 대수다!
별 거 아니다 싶겠지만, 별거다!
손끝 하나에 가시 하나만 박혀도 꼼짝을 못한다.
게다가 손끝은 촉각을 위해 많은 신경세포가 밀집한 곳이다.
그 손가락이 손톱 이상 하나로 촉각 기능이 저하된다면, 대수가 아니겠는가?
게다가 검지의 또 다른 이름인 집게 손가락으로써의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집게 손가락을 못 쓰니 엄지도 덩달아 무용지물…
게다가 미관상으로도 결코 떳떳하지 못하니, 자신감도 점점 결핍되어 가고
‘꼬방동네 사람들’의 ‘검은 장갑’처럼 손이라도 가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운운하는 옛 얘기가 허투로 이어져 온 게 아니란 걸 실감하게 되었다.

그 지긋지긋한 세균 배양 3개월이 지났으나,
예상대로, 무좀 곰팡이 균은 검출되지 않았다.
의사도 역시 도리질만을 거듭할 뿐…
“처음부터 조갑진균증은 아닌 거 같았는데 역시…”
아닌 걸 왜 간에 부담까지 주며 약을 먹이고 기다리게 만든 건지, 억장이 무너졌다.

“선생님, 이거 무슨 수가 없나요?”
“불편하신가요?”
“예, 조금, 때론 많이 불편합니다”
“에~ 이게 무슨 병인지 알아야 고쳐도 고쳐주는데…
당최 왜 이런지 모르겠으니… 그냥 불편하신대로 사셔야지 달리 방도가 없겠습니다.”

하긴, 손이 하나 없어도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의사 얘기는 그거다.
하여, 확대방지 및 미관을 위해 네일락커(로O록스 류)를 바르는 것으로,
눈가리고 아옹을 했다.
3개월에 한번씩(여긴 주로 3자 단위다) 와서 증상 관찰은
게을리 하지 말라는 엄한 처방(!) 역시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병원에 갔을 때,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현대의학도 규명하지 못한 이 난치, 혹은 불치병에 대해
내 나름의 진단을 내렸다.


장혁준 04-08-18 01:32
 
  음.. 이게 그렇게 복잡한 병이었습니까??
제가 고등학교때 가끔 발생했던 것과 동일한 증상인 것 같은데요... -_-;
전 병원같은데는 안다니고, 그냥 뭔가 영양소(비타민, 철분 같은거요..)가 부족해서 그런것이다 라는 자체진단후에 이것저것 잘 챙겨먹고 충분히 자고 하면 괜찮아지고,
아무래도 고등학생이다 보니 좀 무리하면 다시 발생하고 했던게 생각나네요..
고등학교 졸업후에는 발생한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싱거운 글입니다만, 도움이 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거 은근히 괴로웠던 기억이 있어서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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