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황인용(黃仁龍·64)씨는 대중들에겐 친근한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이지만, 레코드를 1만장 수집한 음악애호가이기도 하다. 그가 파주 통일동산 헤이리 예술마을에 평소 꿈꿔오던 음악감상실 ‘카메라타’(Camerata·031-957-3369)를 3일 문 연다. 클래식음악 위주로 재즈 올드팝 음반을 틀고 커피와 와인을 내는 음악카페다. 미술관과 북카페 등 제각기 개성을 뽐내는 건축물이 들어선 예술마을에 터잡고 건물을 짓기까지 3년. “오아시스같이, 소박한 아날로그의 공간으로 가꾸고 싶습니다. 아날로그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누구랄 것 없이 요즘 온통 디지털에 파묻혀 사니까….” 황인용씨는 “음악은 범람하지만 진득하니 집중해서 음악을 듣는 공간은 우리 주위에 많지 않다”면서 “카메라타를 음악과 문학·책·미술·영화가 만나고 소통하는 아날로그 천국으로 가꾸겠다”고 했다. 황씨의 감상실은 CD보다는 비닐 레코드(LP) 위주로 음악을 트는 공간이지만 악기를 설명하고 연주를 들려주는 식의 음악회 등 기획 프로그램을 매주 한 번씩 가질 예정. 3일엔 피아니스트 박은희씨가 이끄는 한국페스티벌앙상블의 음악회로 첫 손님을 맞는다. 평일에는 누구나 입장료 8000원(중·고생 5000원)을 내고 레코드음악을 듣고, 커피와 차를 즐길 수 있다. 황씨는 시간나는 대로 이곳에서 DJ가 되어 신청곡을 틀어주며 디스크쇼도 열겠다고 했다. 그는 “원두커피를 직접 내리려고 전문 코스도 수료했다”고 했다. 건축가 조병수가 설계한 카메라타 건물은 천장이 소금창고처럼 높고 깊다. 이 건물로 조병수는 미국건축상을 받았다. “해풍에 절고 찌든 소금창고에서 음악을 들으면 울림이 기막히게 좋습니다. 그래서 감상실도 소금창고처럼 지어달라고 했더니 이런 건물이 됐어요.” 황인용씨는 66년 TBC아나운서 공채3기로 입사, 요즘도 교통방송 등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외길 방송인. ‘밤을 잊은 그대에게’ ‘황인용의 영팝스’ 등 프로그램 진행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1980년 프리 선언 후 첫달 40만원이던 월급이 200만원으로 뛰었다”며 “그길로 오디오숍을 들락거리며 빈티지 오디오 기기에 탐닉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모은 기기가 웨스턴일렉트릭 앰프, 스피커와 클랑필름 앰프 등 미국과 독일의 1930년대 명기들. 황씨는 “디지털은 현실이고 아날로그는 추억”이라면서 “지직지직 소릿골 긁는 소리 묻어나는 LP와 턴테이블, 진공관앰프, 30년대 스피커…. 이런 추억의 친구가 그리우면 아날로그의 마을로 오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