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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5-29 14:17
글쓴이 :
로즈
![](../skin/board/basic/img/icon_view.gif) 조회 : 1,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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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구마를 식사대용으로 먹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지만
5-60년대만 하더라도 고구마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비일비재하였습니다.
제 고향 땅 뻘건 황토밭은 비가 오면 질펀하여
검정 고무신은 신발무게보다 달라붙은 흙 무게가 더 무거웠고
그 때문에 고무신발은 벗겨지기 십상이었습니다.
가뭄이든 신작로에 트럭이라도 지나칠 때면
황토먼지가 풀풀 날리는 그런 황토밭은 흙살도 깊어서
두길 세길 파 내려가도 똑같은 황토 흙살입니다.
매년 이맘때 쯤 사랑방 윗목에 멍석으로 엮어 만든 우리에
겨우내 저장하였던 고구마를 꺼내어 온상을 만들어 순을 키워 잘라내어
밭에 고구마 순을 내었습니다.
고구마 순은 비 오는 날을 골라내었지만
하늘에서 비 오는 기색이 없을 때는
주전자로 고구마 순을 물에 적셔주었지요.
이렇듯 심은 고구마는
빨간 고추잠자리가 파란 하늘 위를 나를 즈음부터 밑이 들기 시작합니다.
추석이 지나고 서리가 내려 고춧대를 뽑을 무렵 고구마도 함께 캐어내는데
뻘건 황토에서 빨간 고구마를 캐는 기분이란
마치 갯벌에서 조개를 캐내는 기분과도 같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지만
피곤한 몸은 저녁을 먹자마자 잠에 골아 떨어져버립니다.
캐낸 고구마는 창고에 넣어 말려 수확 때 입은 상처를 아물게 한 다음
사랑방 윗목에 수수줄기를 사내끼(사ㅣ끼)로 엮은 우리에 고구마를 저장합니다.
우리 집에서는 툇마루 아래 토방이라는 토굴을 파서
그곳에 고구마를 가득 넣어두고 쥐들의 피해가 없도록 단속해둡니다.
이렇게 저장해 놓은 고구마는 간식거리가 없는 시골에
겨우내 요긴한 간식거리를 제공하였습니다.
벼농사가 부족한 집에서는 부족한 식량을 대신하여
끼니를 때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때로는 밥 짓는 솥에 고구마를 함께 넣어 밥을 지어 먹기도 하였습니다.
포항에서는 한겨울 과메기로 겨울을 나기도 하였다지만
내 고향에서는 긴긴 겨울 호롱불에 사내끼(사ㅣ끼) 꼬는 일로 시장해진 뱃속을
고구마를 날로 깎아 채우거나 쪄서
시원한 동치미와 함께 곁들여 채우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동지섣달에 쪄먹는 고구마와
설 쇠고 쪄먹는 고구마 맛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막 캐내어 쪄먹는 고구마보다 저장해서 먹으면
고구마 속의 전분이 저장과정에서 당으로 변하여 맛이 좋아집니다.
이와 반대로 단옥수수의 경우에는
옥수수를 수확하자마자 옥수수내의 당이 전분화되어 단맛이 사라집니다.
작물별로 대사생리가 이렇게 다르군요.
고구마의 생산은 60년대 후반부터 酒酊원료(절간고구마) 생산에 주력하게 되었지만
월동 간식거리의 용도는 지금도 변치 않고 지속되고 있으며
테라로사 경비대에서는 최고의 간식거리로 자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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