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34 만들기 - 4 - 진공관의 선택

EL34PP 회로도만 올려놓고 게으름을 피우다보니, 회로에 대한 설명과 왜 그 진공관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팬들(??)의 메일이 많이 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글을 씁니다.

1. 초단관으로 EF86의 선택

EF86은 외벽이 잡음을 막을 수 있도록 쉴드처리된 초단으로서는 극히 우수한 관으로 정평이 나 있는 관입니다. 가격도 좀 비싸지요. 고신뢰관으로는 EF804s가 있는데, 그 중 Telefunken관 가격은 상당히 높습니다. 초단에는 잡음이 쉽게 섞여 들어갈 수 있고, 이것은 S/N비(즉 sound/noise비율)를 나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요. 반면 쉴드가 되어 있다면 아무래도 외부 잡음이 끼어들 여지가 적어 S/N비가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겠지요. 단 플레이트를 쉴드가 감싸고 있어서 은은한 진공관 불빛을 보는 즐거움은 포기하여야 할 것입니다.

EF86은 보통 5극관으로 많이 사용합니다. 그러나 저는 증폭도가 너무 높은 것 같아 3결을 하여 사용하였습니다. ef86의 3결에 대하여는 스베틀라나의 홈문서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증폭도 25로 극도로 왜율이 낮아 프리앰프에 사용하면 적격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3결로도 증폭률이 다소 높은 점은 여전히 불만거리입니다.

3결하는 방법은 스베틀라나 홈문서( http://www.svetlana.com/docs/TechBulletins/appnoteNo23.html )  내용대로 했는데, 이것은 전통적인 3결방식과는 좀 다릅니다. 전통적인 3결 방식은 스크린그리드(제2그리드)를 플레이트에 직결하고, 스프레서그리드(제3그리드)는 control grid(제1그리드)에 연결하는 방법인데, 이 회로에는 스프레서그리드도 플레이트와 연결해 마치 3극관처럼 구성하였더군요.
스베틀라나 문서에서는 왜 그렇게 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방법이 3극관의 직진성을 살릴 수 있고 더 간편할 것 같아 저도 그 방식을 따랐습니다.

EF86 3결 그래프 중 직진성이 좋은 부분인 (-2v) - (-3v) 사이의 점을 선택하여 B+1 전압과 맞추어 적당히 선을 그어 시정수를 구하였습니다(그림 참조). 대략 플레이트 전압 120V 플레이트전류 2mA 그리드 바이어스전압 -2.4V 정도 되네요.
정확하게 수치를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만, 바이어스 전압이 -2.5v 근처로 설정되는 것이 초단 전압으로는 적정할 것으로 생각되므로 그에 맟추어 스스로 직선을 그어 시정수를 정하면 되겠습니다. EF86이 초단으로서는 참 좋은 관이라 평가되는 점 중 한가지는 낮은 전압에서 작동하고 있어 초단을 드라이브단과 직결하는데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다만 제 회로는 직결회로는 아니어서 그러한 장점은 살리지 못했습니다(저전압에서 구동가능한 좋은 관으로는 E90CC라는 관이 있는데, 프리앰프나 파워앰프의 초단으로는 제격이라 생각됩니다).

2. 드라이브관으로는 5687을 선택

5687관은 제 프리앰프에 사용한 관입니다. 전류를 많이 흘려 힘이 좋으므로 출력관을 구동하는데 적격인 관으로 생각되어 사용하게 된 것인데, 예상한 대로의 효과를 내 주었습니다. 값도 비싸지 않고 크기도 12au7과 같은 크기여서 EF86과도 균형이 맞았습니다. 내부저항이 상당히 낮고 증폭률도 17정도로 적정하여 드라이브관으로는 써 볼만한 관입니다. 비슷한 관으로는 린 올슨이 오로라에 사용한 7119관, 7119관과 동종관이 E182cc관 등이 있으나 시정수가 조금 틀립니다. 인터넷 뉴스그룹에는5687관이 더 음악적이라는 견해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관 좋아하는 꼼방구리님들(홍문환님, 칼있으마님 등) 많이 있습니다.

효율적인 출력관 드라이브를 위해 그리드 전압을 -7V근처로 잡았습니다. 전류를 많이 흘리도록 만들어진 관이므로 15mA 이상은 흘려 주는 것이 관을 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일부 회로에는 5mA흘리는 경우도 있으나, 그럴려면 차라리 12au7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전류를 많이 흘리는 경우 문제되는 것은 플레이트 저항의 용량(W)이 높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10W 이상은 되어야 합니다. 저는 2W저항을 5개 또는 6개 병렬로 연결해서 사용하였습니다만 수치 조정할 때마다 병렬연결할려면 정말 힘듭니다. 그러나 힘들더라도 일단 값싼 2W저항을 병렬연결해 써보다가 고급저항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순서라고 봅니다. 병렬연결할 저항치 계산은 만약 6.8KR을 만들고자 한다면 6.8*5=34K 저항을 5개 병렬연결하거나, 6.8*6=40K저항을 6개 묶어 사용하면 됩니다. 저항치는 정확하지 않아도 그 근처이면 족합니다. 저항 때문에 고생 많이 했습니다.

5687관은 대략 180V 근처에서 그리드 전압을 -7V근처, 전류를 15-20mA근처로 하면 되겠습니다. 다만 전류량은 정전류관에서 제어되므로 정전류관의 캐소드 저항치와 함께 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3. 정전류관으로는 EL86을

정전류를 사용한 차동증폭방식으로 현재 꼼방에서는 칼있으마님이나 모찌님이 맹렬히 연구중인 것이 있어 이번 봄에는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핌 모듈을 사용한 방식입니다. 뚝배기표 EL34PP에서 사용한 방식은 간이한 핌모듈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저는 핌 모듈의 작동방식을 정확히 모릅니다만 플레이트 전압변화에도 불구하고 전류가 일정한 5극관의 특성을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에서 EL34PP 방식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전류용으로 사용할만한 관으로 전류를 많이 흘리는 경우에는 miniature관 중에는 el84가 단연 돋보입니다. 그러나 같은 종류로 el86이라는 관은 더 많은 전류를 낮은 플레이트 전압에서 안정적으로 흘리고 있으므로 구할 수 있으면 el86으로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GT관을 사용하신다면 6L6, 6V6,  고전압으로 더 많이 흘릴려면 EL34, KT88등이 있겠지요.

EL86(또는 el84)을 정전압관으로 사용하는 경우 스크린그리드 전압이 안정되어 있어야 정전류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스크린 그리드 전압이 플레이트와 같이 움직이면 5극관이 아닌 3극관의 특성을 나타내므로 전류변화가 심하게 되겠지요. 스크린 그리드 전압의 안정화를 위해 전원트랜스에서 따로 전원 tap을 내었습니다. 처음에는 전단과의 직결을 생각하고 스크린 그리드 전압을 200V근처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하려 tap을 따로 낸 것인데, 직결방식에서 커플링콘덴서 방식으로 전환하고서는 스크린 그리드를 Earth와 같은 전위 즉 0V로 만들고, 캐소드를 -185v로 하는 방식, 즉 -전원을 인가하는 방식을 사용하였습니다(이에 대해서는 회로 설명시에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4. 출력관 EL34

EL34관은 여러가지 종류가 있지만 가장 알아주는 것으로는 Mullard제품입니다. Mullard제품은 관의 가이드핀에 center hole이 있는 지 여부로 판단되곤 합니다(예외도 있습니다만 일단 Cneter hole이 있으면 정품으로 생각됨). 상당히 비싸므로 조심하여 구입하세요. 그 다음으로 Telefunken관이 있습니다(대부분 Telefunken관이 더 나은 것 같은데 EL34는 예외군요).
5극관 PP방식에서 그래프를 그려 동작점을 정하는 것은 3극관처럼 두드러진 의미는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바이어스를 좀 얕게 잡아 전류를 많이 흘리는 A급 방식으로 설계하거나, 아니면 깊게 잡고 평소에는 전류를 적게 흘리면서 깊은 드라이브를 통해서 출력을 높이는 AB급 방식을 사용하는 가는 중요한 문제일 것 같습니다. 다만 이것은 취향 차이겠지요. A급은 왜율이 낮으나 출력은 낮고, AB급은 순간 출력은 높으나 왜율 또한 높다는 문제가 있어 A1B급이라는 절충형을 취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저도 물론 이러한 부류에 속합니다.

지리하게 관 이야기만 한 것 같습니다. 다음 회에는 회로도 설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잘못된 점이 있으면 댓글로 바로잡아 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