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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수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이 사는 이 고장에서 식사자리에 초대 받았을때
식탁에 생선구이가 나오면 잊지말고 조심해서 지켜야하는 예법이 하나 있는데
이것은 물론 불문율입니다
생선구이를 젓가락으로 뜯어먹다보면 등뼈가 드러나게 됩니다
그러면 보통은 생선을 뒤집어 엎어서 반대쪽을 먹게 되지요
그런데 여기서는 이렇게 생선을 엎는 것을 배 엎는 것으로 봅니다
바다에 배를 띄워서 사업을 하는 이들은 이렇게 생선 배(腹) 엎는 것을
발음이 같은 배(船) 엎는(覆) 것으로 들리게 된다는 것이지요
어느 땐가 동료들과 함께 한 선주의 식사초대를 받은 적이 있는데
외지에서 도래한 저로써는 이런 내력을 몰랐던지라
늘상 하던대로 한쪽을 먹은 생선을 들어서 엎으려하니 그 선주가 말리면서
뼈를 발가내고 그대로 드시지요 하더군요
그때 그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차리기는 했습니다
그보다 훨씬 오래 전, 제가 고2였을때 서울 수색 변전소에 근무하시던 아는 분의 초청을 받아
며칠간 서울 구경을 한 적이 있는데, 잠은 그 변전소 숙소에서 잤습니다
둘째날 저녁, 늦게 근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분이 밥상을 받았는데
반상에 놓인 접시에 반쪽이 없어진 생선구이 하나가 엎어져 있었지요
그때 그분이 얼마나 성을 내던지 주방 담당 아주머니가 호되게 딱였고
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물론 그 경우는 그분이 배 엎어진 것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 먹던 것을 내놓았다고 해서 그런 것이었지만..
오늘 저녁도 조심스럽게 생선 배 용골을 들어내고 사진을 찍는데
바람은 어제 밤에 불었는데 무슨 일이냐는 듯이 아내가 힐끔거립니다
지금도 수색에 그 변전소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규모가 크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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