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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2-09-03 05:20
글쓴이 :
젤빨강
조회 :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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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축제에 가고싶어 안달이 났던 지난 토요일 아침부터 어제밤까지는 정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 또 얼마나 간사한지 잘 알게해준 날들이었습니다.
"살려줘요" 이 한마디의 전화소리에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웃집 꼬마들을 실은 승용차가 하천이 범람한 도로에 갇혀있다는 이웃집 아이 전화를 받고 나가니 벌써 온동네가 물바다가 되어있었습니다. 하천으로 흐르는 물은 다리위로 조금씩 혀를 날름거리고 강건너 길에는 황토물이 흘러 넘치고 있었습니다. 긴박한 마음으로 사고지점으로 달려가다가 저~ 앞에 사고 차량을 보고 그만 정지를 하였습니다. 물살이 너무세게 흐르는 바람에 제 차가 밀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잘못하면 떼로 당하겠다는 생각에 후진을 시도 하였으나 시동만 꺼뜨릴뿐 후진이 않되더군요 어렵게 몇번씩 시동을 꺼뜨리며 후진을 하고 겨우 출발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저 멀리 사고 차량을 보면서...
이때까지 사태파악이 않되고 있었습니다. 119에 신고를 하고나서야 뭔가 다른때와는 아주 다른걸 알았습니다. 119의 지원이 않된다는 사실이 온동네 문제가 있다는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반대방향으로 접근을 시도하였으나 이미 반대편은 범람한 하천때문에 더 어렵게 되어있더군요. 인근의 공사장 현장사무실에 들어가 도움을 요청하고 다른 4륜구동차량으로 접근, 이미 이웃의 도움으로 탈출한 꼬마들을 보니 눈물이 핑돌더군요 겨우 아이들을 피신시키고 차량도 견인하여 현장을 빠져나오기까지의 약 2시간은 너무 길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저희집 아이의 등교를 포기하고 이미 정전이 된 후라 무슨일이 벌어지는지는 통 알 수 가 없었습니다. 늦게 아침을 먹고 이웃 커피공장으로 가서 공사장 토사가 흘러 넘쳐서 엉망이 된 마을 앞을 보고는 사람들을 저희집으로 피신시킨게 그날 저녘무렵이었습니다. 이때는 전화가 안되는 시점이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보도를 통한 친지들의 확인전화 때문에 교환기의 과부하 때문에 정작 중요한 전화는 직접 뛰어 다녀야했고 거의 이틀을 전화 없이 살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전화는 처음 부터 끝까지 끊어진건 아니었습니다. "안부전화"다시한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토요일 밤늦게는 이러다가 집떠내려가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가 많이 오더군요. 저희집이 비교적 높은 지형에 위치해있는 평지 인데도 도로에 물이 발목까지 차더군요. 어두운 밤 쿵쾅거리는 하천의 물소리는 무서웠습니다. 새벽이 다되어 잠이들고 아침을 맞았습니다.
아침일찍 일어나 "이거 드디어 잠이 적어진걸보니 늙었나보다"하는 생각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놀랐습니다. 여태 건너다니던 다리가 없어졌습니다. 또, 어제 후진을 시도하며 고잔을 몇치 못했던 도로도 없어졌습니다. 온통 난리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비가 그쳤다는 생각에 마음은 놓였습니다. 오후에 드디어 이웃을 다시 만나고 이제는 생사확인에 들어갔습니다. 다행이 웃은 모두 무사했습니다. 다들 살아있어 다행이라는 말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하천건너의 커피공장식구들과 물안나오는 집에 있으면 뭤하냐 집에가서 밥이나먹자 등등 농담을 하며 지하수가 아직 있을거란 생각으로 집으로 돌아왔으나 이런 벌써 물이 떨어졌더군요. 하는 수 없이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우고 저녘을 맞았습니다.
갑자기 홍수로 물난리를 맞았으나 물없는 상황이 되고보니 전기보다 물이 급하게 되었습니다. 월요일 하루는 물을 구하는 하루가 되어버렸네요. 강릉의 수도가 몽땅 끊겨버린겁니다. 강릉의 취수원에서 공급되던 1000mm의 송수관이 끊어져 유실되는 바람에 앞으로 몇일 더 고전을 해야 한답니다. 누구의 탓도 아님니다. 그저 한꺼번에 일년치의 강수량 2/3을 내려보낸 하늘의 탓입니다. 직장의 지난 여름 승압공사를한 변전실이 물에잠기고, 저희 아랬동네는 아예 형체가 없어져 버렸더군요. 이제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할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어려운 일 앞에서 어떤 사람은 나를 걱정하고 다른사람을 경계하는 행동을 하고 또 어떤이들은 다른사람들을 염려하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극명하게 그런 행동을 몸으로 보여주는 바람에 알아버렸습니다. 그래도 이웃의 군인 아저씨는 부하사병들이 밥을 못 먹는다며 밥을 한 솥해가지고 월요일 출근하는걸 보주고 또, 급수차가 왔을 때는 자기차례가 되어서 자기 물통은 놔두고 다른 노약자들의 물통을 먼저 받아주기도 하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지하수를 자기만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같이 목마른게 훨씬더 마음이 편하더군요.
한달쯤 걸린다던 전기가 월요일 밤 늦게 들어왔습니다. 다른곳에 비해서 일찍 복구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아는 사람들께 연락해서 단지내의 지하수를 나눠줘야겠습니다. 온동네가 물난리입니다. 이번에는 먹는물 난리입니다.
저요? 여러분 염려 덕분에 너무 무사합니다. 걱정해주는 이웃이 멀리 그렇지만 아주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강릉에서 물난리 속에 있는 젤빨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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