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공지 사항
 자유 다방
 꼼방 동사무소
 횡성 카페꼼방 이야기
 책향기 음악편지
 그리버 전원일기
 그대로 앰프얘기
 LOTUS 공방
 관련 사이트
 기자 눈에 비친 꼼방
 갤 러 리
   
   
 
작성일 : 07-04-04 17:18
이런 곳에서 함 살아보면...
 글쓴이 : J
조회 : 2,179  



  편히 잠 잘수 있을까요?... 
  엠파스에 있는 사진입니다... 프랑스 남부 보니파시오랍니다.


  "복 수" --- 모파상

1. 아들의 죽음

차울로 사베리니의 미망인은 보니파시오 마을 밖으로 좀 떨어져 있는 초라한 오두막집에서 아들과 단 둘이 살고 있었다. 보니파시오 마을은 산을 끼고 있었다. 마을 일부는 바다 위로 튀어나온 곳 위에까지 뻗어 있다. 사르디니아 제일 남쪽 해안이 멀리 바라다 보이고 그 사이 해협은 파도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마을의 반대쪽으로 빙 돌아가면 피오르드처럼 생긴 해안이 있어서 그것이 일종의 항구 역할을 했다. 구불구불한 수로를 따라 이탈리아나 사르디니아에서 오는 작은 고기잡이 돛단배들이 마을에서 떨어진 집 앞까지 오곤 했다. 2주일마다 한 번씩 코르시카 섬의 아디치오로 가는 증기선이 마치 오래된 해소 환자가 기침을 쿨룩거리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찾아왔다.

하얀 산 위에는 하얀 집들이 점점이 무리를 지어 서 있었다. 새 집처럼 보이는 집들은 산봉우리에 달라붙어서 좀처럼 배도 가까이 가기 어려운 험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와 험한 해안의 흙을 파헤치고 그 속에 숨은 바위를 드러내고 있었다. 바람은 좁은 해협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양쪽 해안을 황폐하게 만든다. 수많은 바위가 검게 물위로 솟아오른 바닷가에서는 파란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거품을 일으키고 있다. 마치 파란 줄무늬의 낡은 옷감이 떠다니는 것 같았다.

사베리니 미망인의 집 창문으로 이렇게 황량한 풍경이 잘 보였다. 미망인은 외아들 앙뜨완 그리고 세밀란떼라는 암캐 한 마리와 살고 있었다. 세밀란떼는 마르고 덩치가 컸으며 털은 길고 덥수룩했다. 양을 지키는 데 쓰는 종류였다. 그러나 아들은 사냥에 나갈 때도 언제나 이 암캐를 데리고 다녔다.

어느 날 밤, 앙뜨완은 무슨 일인가 다툼이 생겨 니콜라스 라보라티와 말싸움을 하다 비겁한 방법으로 칼에 찔려 죽었다. 범인은 그날 밤에 바로 사르디니아로 도망쳤다.

노모는 이웃 사람들이 옮겨온 아들의 시체를 보고도 울지 않았다. 그저 오랫동안 가만히 아들을 바라보다가 주름투성이 손을 그 시체 위로 내밀어 복수를 다짐했다.

그녀는 아무도 곁에 오지 못하도록 하고, 그저 개와 함께 둘이서만 시체 옆에 꼭 붙어 있었다. 개는 침대 끝에 서서 꼬리를 다리 사이로 내리고 머리를 죽은 주인 쪽으로 향한 채로 계속 짖어댔다. 그러다가, 짖기를 그치고 멍하게 움직이지 않고 주인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늙은 어머니 역시 꼼짝도 않고 시체 위에 웅크린 채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아들이 입은 까칠까칠한 천으로 만든 재킷은 가슴 부분이 찢겨 있었다. 천장을 보고 누워 있는 아들의 모습은 마치 잠든 것 같았다. 그러나 온몸은 피투성이였다. 응급처치를 하기 위해 찢어놓은 셔츠나 바지, 얼굴과 두 손 모두 피가 묻어 있다. 수염과 머리카락에는 피가 엉겨서 달라붙어 있었다.

늙은 여인은 아들에게 얘기를 걸기 시작했다. 개는 그 목소리를 알아 듣고 얌전해졌다.

"걱정하지 말아라. 내 아들아, 내 귀여운 아가야. 네 복수는 내가 꼭 해주마. 잘 자거라. 자, 잘 자렴. 복수는 꼭 해줄 테니까. 내 말 들리지? 이건 엄마가 하는 약속이야. 엄마는 항상 약속을 지킨단다. 너도 잘 알고 있지?"

늙은 여인은 천천히 아들 위에 몸을 구부리고 차가운 입술로 죽은 아들의 입에 키스했다.

그러자 세밀란떼가 짖기 시작했다. 창자를 도려내는 듯한 무섭고 단조로운 울음소리였다. 그 울음소리가 길게 길게 이어졌다.

그녀들 - 여자와 개 -는 아침까지 거기 그렇게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다음날 앙뜨완 사베리니는 땅에 묻혔다. 그리고 곧 그의 이름은 보니파시오 마을에서 전혀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에게는 형제나 사촌이 없었다. 다시 말해 그 대신 복수를 해줄 남자가 주위에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오직 한 사람 그의 어머니만이 그 일을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그녀는 이미 무척 늙은 여자였다.

그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협 건너편 기슭의 하얀 점 하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사르디니아의 작은 마을 론고사르도였다. 코르시카에서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추격을 피해 도망가는 장소였다. 그 마을의 주민 대부분은 해협 건너편 코르시카 섬의 범죄인이었다. 그들은 거기서 고향에 돌아갈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사베리니 미망인은 니콜라스 라볼라티가 이 마을로 도망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하루종일 혼자 창문가에 앉아서 그 마을을 바라보며 어떻게 복수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대체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 없이 자신의 힘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은 이미 병들어서 지금 당장에라도 죽을 것만 같은 처지다. 하지만 자신은 이미 약속을 하지 않았는가. 아들의 그 시체 위에 맹세를 해버린 것이다. 잊을 수도 없다. 그리고 이렇게 언제까지나 꾸물거리고만 있을 수도 없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녀는 집요하게 그 생각을 계속했다. 발 언저리에서 선잠을 자던 개가 이따금 머리를 쳐들어서 짖곤 한다. 주인이었던 앙뜨완이 죽고 나서부터 이 암캐는 곧잘 이런 식으로 짖어대곤 해다. 마치 어딘가에 있는 주인을 부르는 것 같다. 짐승에 불과한 이 동물의 혼도 제 주인을 포기하지 못하고 지울 수 없는 기억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계속 짖어대는 것이었다.


2. 자, 가라

어느 날 밤의 일이었다. 세밀란떼가 또 이렇게 짖어대는 것을 듣고 늙은 여인은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야만적이고 잔인한 복수에 관한 생각이었다. 아침이 될 때까지 그녀는 그 문제를 계속 생각했다. 그리고 해가 뜨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교회로 갔다. 교회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그녀는 우리를 도와주시고 필요한 강인함을 주십사고 탄원했다.

집으로 돌아가서 그녀는 정원의 쓰레기통으로 쓰던 낡은 나무통을 뒤집어 속을 몽땅 비웠다. 그리고 막대기와 돌로 그것을 땅에다 단단히 박았다. 이것은 개집이었다. 그리고 다 만들어진 이 집에 세밀란떼를 묶어 놓았다.

하루 종일 그리고 하룻밤 내내 개는 계속 짖어댔다. 아침이 되자 늙은 여인은 그릇에 물을 담아 왔다. 그러나 물 외에는 수프도 빵도 주지 않았다.

벌써 하루가 지나갔다. 늙은 여인은 여전히 세밀란떼에게 먹을 것은 전혀 주지 않았다. 개는 흥분하고 지쳐서 쉰 소리로 짖어댔다.

또 하루가 지났다.

동틀 무렵 늙은 여인은 근처의 집에 찾아가 짚을 조금 얻어 왔다.

그리고 전에 남편이 입었던 낡은 옷에다 짚을 채워 사람의 몸 모양으로 만들었다. 세밀란떼의 집 앞에 막대기를 하나 세우고 그녀는 그 인형을 이 막대기에 매달았다. 그러자 마치 사람 인형이 서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낡은 옷감으로 머리 모양을 만들었다.

비록 굶주리고 있었지만 개는 짚으로 만든 이 인형을 보고는 깜짝 놀라 얌전해졌다. 늙은 여인은 가게에 가서 검은 소시지를 하나 사왔다. 집으로 돌아와서 그녀는 정원의 개집 옆에서 불을 피우고 소시지를 요리했다. 세밀란떼는 입 언저리에 거품을 물며 거칠게 날뛰었다. 냄새가 뱃속을 파고 들어오자 눈을 그 소시지에 고정시키고 난리를 친 것이다.

마침내 늙은 여인은 소시지로 인형의 넥타이를 만들었다. 그녀는 소시지 넥타이를 인형의 목에 단단하게 감고 나서 개 줄을 풀어주었다.

개는 순식간에 인형의 목에 달려들어 어깨에 발을 얹고 목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입에 소시지 한 조각을 물고 내려와서는 다시 위로 뛰어올랐다. 그렇게 세밀란떼는 인형의 얼굴을 이빨로 갈기갈기 물어 찢었다. 인형의 옷깃은 완전히 찢겨 없어져 버렸다.

늙은 여인은 꼼짝도 않고 옆에 서서 열심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러고 나서 다시 개를 묶었다. 그 뒤 이틀 간 개에게 먹을 것은 전혀 주지 않고 3일째에 다시 이 훈련을 시작했다. 그렇게 3개월 동안 그녀는 세밀란떼에게 싸우는 법을 가르쳤다. 3개월 후에는 이미 개를 묶지 않고 그녀가 손으로 인형을 가리키기만 해도 충분했다. 인형의 목 언저리에 소시지 같은 먹이를 숨기지 않아도 세밀란떼는 이빨로 인형을 갈기갈기 찢고 마구 씹도록 버릇이 든 것이다. 세밀란떼가 그렇게 인형을 물어뜯으면 그녀는 세밀란떼에게 소시지를 한 조각 주었다.

세밀란떼는 이제 그 '사내'가 눈에 보이건 안 보이건 가리지 않고 몸을 부르르 떨면서 주인을 올려다본다. 그러면 주인은 손가락을 하나 세우고 "자, 가라!"하고 소리치는 것이다.

미망인은 드디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자 어느 일요일 아침에 교회에 가서 썩 훌륭한 성찬을 받았다. 그리고 나서 늙은 거지처럼 꾸미고 사르디니아의 어부와 흥정을 해서 개와 함께 맞은편 해안으로 건너갔다

그녀는 가방 속에 소시지를 하나 넣어두었다. 그때까지 세밀란떼는 이틀 간이나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꼬박 굶었다. 노파는 계속 개에게 소시지 냄새를 맡게 해서 자극을 시켰다.

늙은 여자 거지는 개와 함께 론고사르도에 도착했다. 코르시카의 늙은 거지는 한쪽 다리를 절면서 걸었다. 빵집에 가서 니콜라스 라볼라티에 대해 묻자, 그는 이전 목수 직업으로 돌아가 빵집 뒤에서 혼자 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노파는 안쪽 문을 열고 "니콜라스!"하고 소리쳤다.

니콜라스가 뒤를 돌아보자 그녀는 개를 풀고 "자, 가라!"하고 소리쳤다.

개는 미친 듯이 살인자의 목에 달려들었다. 사내는 두 팔을 뻗어 개를 거머쥐고 땅바닥을 굴렀다. 그렇게 몇 초 동안 그는 다리로 땅을 구르며 발버둥쳤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세밀란떼가 이빨로 사내의 목을 갈기갈기 찢어버리자 드디어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 집 문 앞에 앉아 있던 옆집 사람 둘은 늙은 거지가 마르고 길쭉한 검은 개에게 뭔가 먹이를 주면서 나오는 것을 확실하게 보고 기억하고 있었다.

밤의 어둠이 사방에 드리워질 즈음에 노파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그리고 편안하게 잠들었다.

<끝>              http://www.ibrary.co.kr 에서 펌...



이지라이더 07-04-05 03:11
 
  참 슬픈 얘기네요.
이런 슬픈 동네에는 사람이 살면 사람도 슬퍼 집니다.
그림만 보면 멋지지만 이런데는 기냥 차몰고 얼른 지나 가는게 좋을 거 같네요.
기실 요런데는 넘 습해서 사람이 살 곳이 못 됩니다.

기냥 보시고서만 지나 가심이.....
 
 

Total 16,356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15621 목조주택에 관심이 있으시면... 어땜이 11-10-29 2190
15620 [로즈님] 요즘 게시판 때문에.... (1) wkr... 11-10-04 2189
15619 꼼방 뭉치기 한판을 하고.. (2) 허브 02-06-22 2189
15618 [알림] DIYMania 사이트 접속은 ... 복구되었습니다. (1) 이승윤 02-09-10 2189
15617 나무에 구멍뚫는데는 이런공구도 있습니다. (2) 뽈라구 02-12-27 2187
15616 일본! 아직도 그들은 우리의 친구가 될수없는가 (2) 깻잎도 허브다 07-03-08 2186
15615 떳수님 -부탁 (2) rmflqj 10-04-22 2184
15614 우여곡절 끝에 아~ 강릉!...테라로사 (26) 허브 03-10-29 2184
15613 중생님! 숙제랍시고 뽐부를 했는디... (12) 이지라이더 09-10-20 2182
15612 80센티 짜리 째끔한 넘이.... (11) 12-01-03 2182
15611 모찌님... (13) 작대기 12-02-15 2182
15610 혹..달팽이 수리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요? (1) mools 15-03-02 2182
15609    2015 오디오 쇼 관람기 (1) 나루터 15-04-04 2182
15608 USB 턴테이블 (5) 한국연 06-07-23 2181
15607 이런 곳에서 함 살아보면... (1) J 07-04-04 2180
   46  47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배너광고/월 15만원
Copyright ⓒ 2002~2022 Simpletube.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Simpletube
[이메일 무단 수집거부]와 [개인정보 보호방침](입금계좌 농협 578-02-035576 김용민)
꼼방 운영자 허브 hub00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