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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tec 1975
 2002 소리축제
   
   
 
작성일 : 04-08-05 16:56
[옮겼습니다] 첫사랑 이야기 - JBL LE8T
 글쓴이 : 허브
조회 : 4,133  



첫사랑이라고 하면 "이루어질 수 없는..." 으로 보통 형용이 됩니다만, 간혹 첫 눈에 반해서 무덤까지 가는 경우가 있죠. 오디오 광들은 다들 첫사랑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첫사랑은 스피커, 처음으로 내 마음을 움직이고 눈물을 따르게 만들었던 스피커입니다. 예, 저도 있습니다. 지금 그 얘길 하려는 겁니다.

제 큰형이 일본에서 일하고 있다가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전 고3이었고요. 뭐 꼭 필요한 것 있으면 사다 주겠다고 하길래, 덜컥 염치도 없이 한 부탁이 "저.. 형 아끼하바라 가시면 JBL LE8T라는 스피커 알맹이를 파는데 한 조만 사다 주세요" 였습니다. 불쌍한 큰형, 그게 얼마짜린지도 모르고 "응 그러마" 하였더랬지요. 그게 85년 겨울이었으니까, 그 시절 가격으로 미국 현지에서 개당 200불, 일본에서는 한 조에 약 8만 엔에 팔리고 있었읍니다. 큰형 월급 반 가까운 금액입니다. 저 같으면 가격 듣는 순간 180도 뒤로 돌아 해서 그냥 들어왔을 겁니다 (그러니까 동생이지) 큰형은 없는 돈 탈탈 털어서 그걸 사 왔습니다! (그러니까 형이지) 그게 처음으로 내 것이라고 소유하게 된 "명품" 스피커입니다. 하츠필드나 하크니스도 스피커 역사상 잊혀지지 않을 스피커이지만, LE8T 역시 명기의 반열에 드는 스피커로 "명품"이라 불러 마땅합니다. 이 점 아마 생각을 달리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뭐, LE8T가 명기? 웃기고 있네! 글쎄요, 요 밑의 설명을 좀 읽어 보시면 제가 그리 생각하는 까닭을 이해하실 수도...

아쉽게도 지금은 생산 종료하고, 재고로 남아있던 것들도 2002년에 최후의 한 조가 팔림으로써 이제 더 이상 새 것은 살 수가 없습니다. (간혹 보수용으로 사 놓았던 유닛들을 팔려고 내 놓는 경우는 있습니다) 중고는 많이 돌아다니고, 대부분 서라운드가 다 부서지고 없거나 센터돔이 푹 들어간 처참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 상태로도 보통 10만원 이상 달라 합니다. 이걸 JBL 공장에 보내 원상복구하는데 송료 포함해서 한 50만원 듭니다. 국내 스피커 수리점에서는 10만원 정도로 할 수 있지만 최후수단입니다. 중고라도 구해서 수리하고자 하신다면 빨리 하십시오... 오리지날 부품도 언제까지나 있는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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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8T의 역사 ***

LE8T는 원래 D208이라는, 알텍 755를 겨냥해서 경쟁하려고 만든 PA용 스피커가 그 조상입니다. 위 사진이 D208입니다. 역시 원조는 웨스턴이죠... 사실 755도 원래 PA용입니다. 알텍이며 젠센이며 JBL 모두 사실 웨스턴을 베끼고 베끼다 성공한 겁니다. 알텍 드라이버 중 제일로 치는 것은 288과 802인데, 288은 웨스턴 593 베낀 거고 802는 555 베낀 겁니다. JBL 375 역시 웨스턴 593 카피고, 175는 알텍 802 베낀 거구요.
D 씨리즈는 유명한 D130을 필두로 D131, D123, D208/216 이렇게 네 종류가 있었는데, 알텍의 스트레이트 바이플렉스 콘에 대항하여 커비닐리어 콘에 알미늄 센터 돔을 장비한 설계였습니다. 가정용으로도 팔았습니다만 역시 겨냥하고 있던 주 시장은 극장용과 PA 장비 시장이었습니다. 이들 스피커들은 세계 최초로 알미늄 리본 보이스코일을 채용한 것으로 기록에 남습니다. 특히 D208과 D216은 소구경 페이징 스피커 - 백화점 천장이나 지하철 역 - 로 쓰도록 만든 것으로, 음성 대역의 충실하고 정확한 재생에 주안점을 둔 설계입니다. 755처럼 납작하게 만든 것도 씰링 콤파트먼트에 잘 들어가라고 그렇게 설계한 거구요.

D130이 펜더 기타 앰프에 들어가는 바람에 엄청나게 팔린 것 처럼, 이 D208은 그 후 LE8이란 모델로 발전하여 이름난 녹음기 메이커 암펙스에 모니터 스피커로 납품되어 명성을 떨치게 됩니다. 오리지날 208은 거의 변경없이 프로용으로 계속 살아남아 2115라는 명칭으로 불렸습니다. 208과 LE8이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서라운드가 린넨에서 스티로폼으로 바뀐 것입니다 (다른 LE 씨리즈 드라이버들도 이 즈음 다 폼 서라운드로 바뀝니다)
암펙스의 요구사항에 맞추느라고 변종이 많이 나와서 LE8-2, LE8-6 등의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나중에 가정용으로 개발한 랜서 44에 들어가는 모델부터는 아쿠아플러스라고 JBL 특유의 미백색 댐핑재를 발라 나오게 되고, LE8T로 명칭이 바뀌고, 나중에 자석이 알니코 5에서 페라이트로 바뀌면서 명칭이 다시 LE8T-H로 바뀝니다. 하지만 콘 프로파일, 알미늄 리본 보이스코일 등은 원래 그대로 변경된 적이 없습니다.


*** LE8T의 특징과 매력 ***

이 드라이버는 풀레인지, 그러니까 단발로 전대역을 재생하는 설계입니다. 물론 불가능하죠. 보통 풀레인지는 그래서 저역을 잘 하든지 아니면 고역을 잘 하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LE8T의 경우에는 저역이 장기입니다. 6.5인치 (8인치라고 하지만 실제 콘 구경은 7인치도 안됩니다) 소형 스피커로서는 믿을 수 없는 저역을 냅니다. 30Hz까지 플랫하게 나옵니다! 하지만 윗쪽으로는 아무리 잘 봐 줘도 10KHz가 고작. 그런데 이게 바로 천재의 솜씨가 나오는 부분인데, 그 10KHz밖에 안 나오는 대역으로 하도 솜씨있게 밸런스를 잡아 놔서 마치 훨씬 더 위로 좍 나오는 것 같이 착각하게 됩니다.
고역의 독특한 광채, 라우더나 텔레풍켄과는 많이 다른 LE8T의 액센트는 바로 알미늄 센터돔이 부리는 재주입니다. 이 알미늄 돔은 폼으로 달아 놓은 것이 아닙니다 (보통 메탈 센터돔 달린 스피커들은 그냥 폼입니다) - 보이스코일 포머에 직접 연결되어 있어서 인덕티브 커플링이라는 현상이 발생, 마치 돔 트위터처럼 동작합니다. (다이아톤의 PM610도 그렇습니다. 천으로 만든 더스트캡 안에 듀랄루민 돔이 들어 있습니다) 트위터의 구경이 2인치나 되는 바람에 고역이 10K 까지 밖에 안 나옵니다만, 아주 높은 주파수에서도 임피던스가 거의 플랫합니다. 플랫한 임피던스 덕택에 진공관 앰프로 울리기가 아주 좋고, 청감상 고역이 더 뻗는 듯이 들립니다. 가벼운 음악 듣는데는, 특히 대중음악이나 보컬 듣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현악을 들으면 비로소 뭔가 빠졌다는 게 표시가 납니다...

알미늄 리본 보이스코일, 더우기 그게 2인치나 되는 대구경이고 게다가 언더헝 (자속 갭보다 보이스코일이 얕은 걸 말하는데 굉장히 비싸게 먹히는 설계입니다) 으로 되어 있습니다. 언더헝인데도 대진폭형이고, 대진폭형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자속 갭이 좁고 정밀합니다. 이런 컨셉의 풀레인지가 또 있습니까? 오리지날로는 없습니다. 포스텍스 200씨리즈나 트루소닉 80FR 등등은 거의 갖다 베낀 LE8T 카피입니다. 더 뛰어난 풀레인지는 많이 있지만, 아이디어가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니까 역사적인 명기죠.


*** 그리고... 단점들 ***

단점, 또는 한계도 물론 있지요. 일단, 애사당초 무지 비싼 초 고급 풀레인지로 만든 게 아니라는 점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LE8T는 실용적이고 쓰기 편한 근접 모니터용, 혹은 페이징 용이라는 설계 의도에서 나온 드라이버입니다. 라우더처럼 원래 비싸고 원래 고급인 음악감상용 풀레인지와는 계통이 다르다는 거죠. (라우더는 처음 나올 때부터 탄노이보다 비쌌습니다)

단점 1. 위에서 말한 대로, 고음이 뻗지 않습니다. 지향성도 나쁘고요. 섬세 우미한 톤, 광대한 음장감, 초정밀 해상도, 이런 건 못 합니다.

단점 2. 콘 구경이 작으면서 진폭을 크게 잡아 놓았기 때문에, 대음량재생을 하게 되면 고역이 절렁절렁거립니다. 인터모듈레이션 디스토션이라 하죠. 큰 소리 내라고 만든 스피커는 아닌 셈입니다.

단점 3. 능률이 89dB로 낮습니다. 일반적인 6.5인치 홈 하이파이 스피커보다는 한결 높은 능률입니다만, 역시 2A3이나 45 같은 싱글 앰프로는 울리기 힘듭니다. 최소한 10와트는 필요합니다.

단점 4. 캐비닛을 베이스 리플렉스나 패시브 래디에이터 형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밀폐형이나 혼은 안됩니다) 통이 제법 커집니다. 75-80리터 정도 되어야 제 소리가 납니다. 그 정도면 가정용으로서는 최대급입니다.

단점 5. 이건 꼭 단점이랄 수도 없고... LE8T 혹은 JBL 스피커 일반의 성격이라 하는 게 맞을 겁니다. 즐겁고, 명쾌하고, 편하고, 알기 쉽습니다. 기분 좋습니다. 그러나 깊이가 없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명랑하고 성격좋고 매너좋은 친구입니다. 아쉽게도 인생의 깊은 맛을 아직 알지 못하고, 정말 어렵고 힘들 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은 아닌 겁니다. 그래서 음악도 가볍고 명랑한 음악은 썩 잘 하지만 비극이 깃들어 있고 영혼의 깊이를 재는 음악에는 꽝입니다.

가볍고 수수하지만 그래도, 포스텍스처럼 천박하지는 않습니다!
(앗, 포스텍스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솔직히 포스텍스 드라이버들 소리가 천하게 느껴집니다. 다시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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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인 까닭에, 이미 상용하는 스피커가 아니라 고이 모셔두고 어쩌다 한 번씩 향수에 젖어 울려보는 스피커인 까닭에, 온갖 단점들은 용서되고 이쁜 점만 부각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뭐 바로 그런 게 첫사랑입니다.


원문 http://www.mancho.ne.kr/bbs/zboard.php?id=diy_equipment&no=10


허브 04-08-06 00:19
 
  첫사랑 이라는 표현이 정곡을 찌르더군요..
첫사랑~!..^^*
로마 04-08-06 10:34
 
  이것을 양도하시고 많은 悔恨이 있음을 역역히 알 수 있군요^^
허브 04-08-06 11:02
 
  단점이 저리 많은데 장터로 보내실 의향은 어떠신지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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