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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3-17 13:28
춘설
 글쓴이 : 그리버
조회 : 1,926  
안녕하십니까? 김화식입니다
아직 저희 동네는 파란 싹하나 안보입니다.
어제 줄창 비가 왔으니 이번 주부터는 파란싹이 보일려나 합니다

저도 집의 마당의 주차장을 다시 손보고 꽃이나 나무를 다시 심고 정리하려고
저희 집 축대 쌓았던
업자를 접촉하니 4월 중순 경이나 손볼 수 있다는 답변입니다

그리하여 마당을 어떻게 손질하느냐를 고민중입니다

그 와중에 강원 산간 일부 지역에 눈이 왓다고 해서 얼핏 춘설에 대해 읽은 적이 있어 한편 소개합니다.
기왕 인터넷에서 퍼왔으니 해설도 같이 첨부 합니다.

------------------------
춘설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 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 덮인 뫼뿌리 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 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숭거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같기에 설워라./

  미나리 파릇한 새 순 돋고/
  옴짓 아니기던 고기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서늘옵고 : 서느렇고.

* 이마받이 : 이마를 부딪치는 짓.
* 옹송그리다 : 궁상스럽게 몸을 옹그리다.
* 아니기던 : 아니하던.
* 핫옷 : 솜을 두어서 지은 옷.
                                            -정지용 --

춘설의 해설

꽃샘추위의 한국적 정서를 보다 시적인 세계로 끌어올린 것이 정지용의 「춘설」이다. 그리고 지용은 그 시에서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라는 불후의 명구를 남겼다."시는 놀라움이다"라는 고전적인 그 정의가 이처럼 잘 들어맞는 시구도 드물것이다.

우리는 반복되는 시간과 공간의 관습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굳은살이 박힌 일상적 삶의 벽이 무너질 때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 그 「놀라움」이며 「시」이다.

「춘설」의 경우에는 그것이 아침에 문을 여는 순간속에서 출현된다
. 밤사이에 생각지도 않은 봄눈이 내린 것이다. 겨울에는 눈, 봄에는 꽃이라는 정해진 틀을 깨뜨리고 봄속으로 겨울이 역류하는 그놀라움이 「춘설」의 시적 출발점이다.
 그것이 만약 겨울에 내린 눈이었다면 「선뜻」이라는 말에 느낌표가 붙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그냥 차가움이 아니다. 당연히 아지랑이나 꽃이 피어날 줄 알았던 그런 철(시간), 그런 자리(공간)에 내린 눈이었기 때문에 그 「 선뜻」이란 감각어에는 「놀라움」의 부호가 요구된다.

그리고 그러한 「놀라움」은 손발의 시러움같은 일상의 추위와는 전혀 다른 「이마」위의 차가움이 된다. 「철 아닌 눈」에 덮인 그 산은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산이 아니라 이마에 와 닿는 촉각적인 산이며, 이미 멀리 떨어져 있는 산이 아니라 「이마받이」를 하는 서늘옵고 빛난」 거리가 소멸된 산이다.

그렇게 해서 「먼 산이 이마에 차라」의 그 절묘한 시구가 태어나게 된다.

「이마의 추위」는 단순한 눈 내린 산정의 감각적 묘사에서 그치지 않고 「춘설」과 「꽃샘추위」에 새로운 시적 부가가치를 부여한다.

「춘설이 하분분하니 필동말동하여라」의 옛시조나 「춘래불사춘」 같은 한시의 상투어들은 봄눈이나 꽃샘추위를 한결같이 봄의 방해자로서만 그려낸다.

그러한 외적인 「손발의 추위」를 내면적인 「이마의 추위 」로 만들어 낸 이가 시인 지용인 것이다.그에게 있어서 「꽃 피기전 철 아닌 눈」은 어느 꽃보다도 더욱 봄을 봄답게 하고 그 감각과 의미를 새롭게, 그리고 진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봄눈이 내린 산과 「이마받이」를 한 지용은 「흰 옷고름 절로 향긔롭어라」라고 노래한다.

꽃에서 봄향기를 맡는 사람은 시인이 아니다. 일상적 관습속에서 기계적으로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용과 같은 시인은 오히려 봄눈과 같은 겨울의 흔적을 통해 겨울 옷의 옷 고름에서 봄향기를 감지한다. 「새삼스레…」라는 말에 잘 나타나 있듯이 지용에게는 시간을 되감아 그것을 새롭게 할 줄 아는 상상력이 있기 때문이다.

 얼음이 금가고 파릇한 미나리의 새순이 돋고 물밑에 서 꼼짝도 않던 고기입이 오물거리는 그 섬세한 봄의 생동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그리고 겨울과 봄의 그 미세한 차이를 알아내기 위해 서는 「이마의 추위」(꽃샘추위)가 필요한 것이다.

왜냐 하면 활짝 열린 봄의 생명감은 「웅숭거리고 살아온 겨울의 서러운 삶」을 통해 서만 서로 감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봄눈이야말로 겨울과 봄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체험할 수 있게 하고, 끝내는 새로운 시간과 공간의 그 차이화를 보여주는 「놀라움」이 되는 것이 다.

봄의 시는 꽃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지용의 상상력에 의하면 그것은 봄눈에 덮인 서늘한 뫼뿌리에 혹은 얼음이 녹아 금이 간 그 좁은 틈사이에 있다.

그래서 지용의 시 「춘설」은 「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로 끝나 있다. 달리는 자동차속에 있을 때에는 우리가 달리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우리의 몸은 앞으로 쏠리게 되고 그 충격을 통해 비로소 달리는 속도를 느낀다.

봄눈이 바로 봄의 브레이크와도 같은 작용을 하는 것이다.그러나 봄눈은 밤낮 내리는 것이 아니잖은가. 그러므로 꽃샘이나 봄눈을 통하지 않고서도 스스로 겨울의 흔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꺼 운 솜옷을 벗고 도로 추위를 불러들여야 한다.

「새삼스레」 「철아닌」「도로」와 같은 일련의 시어들이 환기시켜주는 것은 시간의 「 되감기」이다. 그래서 「핫옷 벗고 다시 칩고 싶다」라고 말하는 지용의 역설속에서 우리는 스위스의 산 골짜구니 깊숙이 묻혀살던 드퀸
시의 오두막집을 상상하면서 쓴 보들레르의 글 한 줄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춘설」을 읽으면서 봄만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길고 긴 겨울을 난 그 「꿈같기에 서러운」 시인의 방과 그 나날들을 생

각하게 된다. 그것은 「문열기」 이전의 닫쳐져 있던 방, 핫옷을 입고 있는 좁은 공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우수절 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이전, 지용 자신의 표현대로 하면 「옹숭거리며」 사는 겨울시간이다. 바깥이 추울수록 그 내부의 공간은 한층 더 아늑하고 따뜻하며 눈보라가 치는 긴 밤일수록 그 시간은 더욱 고요하고 천천이 흐른다.

이렇게 외부와 단절된 닫쳐진 공간과 그 시간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만이 문을 열고 바깥세상과 「이마받이」를 하는 행복한 충격을 얻을 수가 있다. 그리고 『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다』는 지금껏 어느 누구도 느끼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소원을 품게 된다.

그러한 소망의 원형이 바로 「봄눈」이며 「꽃샘추위」라는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용에 의해서 한국시의 역사상 처음으로 「봄의 훼방꾼」이었던 「봄눈」과 「꽃샘」이 봄을 발견하고 창조하는 시학의 주인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어령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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