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딱딱한 손톱처럼 굳어진 옛기억을 되살리며
그 당시 내 상태가 어땠는지, 내 상처가 어땠는지 말하는
부질없는 짓은 하지 않겠다.
그러나,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A와 므라빈스키의
차이콥스키 5, 6번(이하 므차5,6이라 표기)을 떠올리기 위해
새로이 CD를 사서 들었을 때
“이건 아니다!”라는 말을 내뱉었던 것이
단지 LP와 CD의 음질의 차이 때문에 한 말이 아니었음만은, 분명하다.
그렇다, 그건 아니다.
그런데, 과연 그렇다면, LP와 CD의 음질의 차이가 아니면 무엇이
아니란 말인가?
나는 그것을 바로 LP와 CD의 자켓 디자인의 차이에서 찾는다.
동일한 므차5,6의 선율이지만 그것을 담고 있는 물적 실체인
LP와 CD의 형태의 다름에서 찾는다.
바로 그 디자인의 자켓을 함께 바라보며 함께 듣던 기억에서 찾는다.
A와의 연관 때문이든 아니든
므차5,6은 반드시 저 거무튀튀 커버의 LP로만 들어야만할 일이다.
그래서 찾았다.
개똥마냥, 찾으니까 없었다.
눈에 불을 켜진 않았지만,
물 건너 산 건너 곰팡이를 머금고, 어느 이국 소녀의
머리칼인지를 음골을 따라 들러 붙이고 있는
므차56을 먼지구덩이 중고음반점에서 모두 찾아낸 건 2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 2년의 시간 동안 나의 왼손 검지는, 무척,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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