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앰프를 기다리던 제 책상 위의
CDP와 스피커가 드디어 보석상자를 맞이 했습니다.
애시당초, 직업적 특성상 매일 야근에
주말도 휴일도 없는 터라 집에 암만 좋은 오디오 갖고 있음 뭐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어 회사에서 들을만한 음악 환경을 조성하자는
의도에 가장 부합하는 앰프를 찾던 중 보석상자를
발견하고 얼마나 좋아했었는지....
23년전 중학교 때 트랜지스터 라디오 만들어 본 경험이 전부인지라
자작이라곤 언감생심 꿈에도 못 꾼지라 꼼방 고수님들의 손길을
부탁 했는데, 지난 주말 꼼방을 찾아 자작이 아닌 대리작일지라도
그 완성의 과정을 옆에서 목격하니 제 가슴이 설레이더군요.
아, 물론 케이스 조립시 제 손길도 거쳤으니 마지막 완성의 순간에
함께 했다는 게 생판 거짓말은 아닙니다^^.
암튼, 꼼방을 가득 메운 꼼방 식구들의 그 선량한 인상이며
인두 보다 더 뜨거운 창작열에 놀랍고, 부럽고...
다음에 기회 되면 겁없이 300B 한번 만들어 보겠다는
호언장담과 도움을 약속하신 허브님의 말을 두고 두고 기억하겠습니다^^
받아가는 날로 즉시 궁금증을 지체할 길이 없어
집에 있는 스피커에 장난삼아 한번 물려 봤습니다.
1~1.5W의 출력으로 과연 다인 25주년을 울려 주기나 할까?
울려 주긴 주더군요^^ 진땀을 뻘뻘 흘리면서...
볼륨을 키우니 총주부분에 가서는 클리핑도 일어 나긴 하지만
어쨌든 소박하게나마 다인을 구동시키는 모습이 얼마나 감동적이던지...
그리곤 출근하여 제일 먼저 한 일이 그동안 기다리던 식구들에게
보석상자를 물려 주는 일이었지요.
오호~ 회사에서 지급된 포터블 씨디피를 다시는
거들 떠 보지 않게 되는 순간!
조금도 모나지 않고, 부드럽고 또 풍성한 소리가 울려 나옵니다.
책상위 펼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는데
마주 보이는 파티션 사이로 스테이지가 형성됩니다.
음장감이 아주 좋습니다.
지금 존 맥러플린, 알 디 메올라, 파코 데 루치아의
패션, 그레이스 앤 파이어 앨범을 듣고 있는데
좌우, 센터 채널의 3명의 기타가 아주 확연하게 분리되어 들립니다.
집에서 들을 때 보다 오히려 더 집중하게 됩니다.
흐뭇~~~
야근하다 불 끄고 한컷도 찍었지요.
올리신 글 들 중에는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 같다는 얘기도 있던데,
저는 글쎄...집에서 듣는 게 조강지처라면 회사에 있는 이 녀석은
히히히~ 회사에서 연애하는 기분입니다.
자그맣고 아담하며 야리야리 한 게 집안의 마누라 대신
회사에다 시앗을 둔 기분입니다.
보석상자 하나로 제 회사 생활이 더 재미있어 질 것 같습니다.
허브님을 비롯, 도움 주신 모들 분들께 정말 감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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