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나 새벽 어스름을 뚫고, ‘우리 집’을 지을 ‘우리 땅’을 찾았습니다.
피부에 차갑게 와 닿는 아침 공기가 더없이 상쾌합니다.
작년 가을부터 꿈꾸어 온 똥이네 집짓기.
올 봄, 집짓기의 시작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루하루...
시간이 흘렀고,
덧없이 놀리는 땅을 안타까워하시는 앞집 할머니의 농사 제의도 죄송스럽게 물리쳐야 했습니다.
곧 시작할거다. 이제 바로 출발한다...
그렇게 두 계절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건축비를 조정하고, 또 조정하고,
시공사를 찾고 또 찾으며 보낸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집 하나에 올인’하는 우리 모습이 보였습니다.
건축가 선생님께 이렇게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설계대로 못 짓게 될 거라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같은 설계로 가되, 노출콘크리트를 포기하고 값싼 소재를 사용하든지,
박스형태의 비용이 적게 드는 스틸하우스나 목조주택의 일반적인 설계로 가든지,
차라리 조립식 주택을 짓고 살면서 차근히 준비하던지...
여러 방법을 놓고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건축가 선생님께서 똥이네 집 설계를 다시 해주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몇 개월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우리 땅의 크기에 적당한 면적으로 건축비가 드는 요소를 많이 줄인 새로운 집입니다.
우리 형편에 아직도 좀 무리를 해야 하는 집이지만, 이번 설계로 집짓기를 진행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우리가 좋아하는 건축가의 설계로 집을 짓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정말 우리 집을 짓는다는 생각으로 찾아간 ‘우리 집 터’
오늘 그 포근한 땅을 밟으며 반듯하게 지어진 ‘똥이네 집’을 그려보았습니다.
마을의 한가운데 집들 사이에 폭 안겨있는 ‘땅의 소리’가 몹시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가난뱅이 맞벌이 부부가 건축가를 찾아 설계를 맞기고, 부자들이나 짓는다는 노출콘크리트 집짓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앞으로 차근차근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집짓기 모토는 ‘행복하게 즐기자’입니다.
건축주와 건축가, 시공사와 건축 노동자 모두가 함께 즐거운 집짓기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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