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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2-21 12:03
고향집에서--
 글쓴이 : 그리버
조회 :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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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촌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폐가다. 즐비하게 늘어선 사택들은 거의 비어 있다. 한때 사북의 동원탄좌, 고한의 삼척탄좌에 적을 두고 "이씨", "김씨"를 찾으며 출근길을 재촉하던 사람들은 이제 없다. 아파트로 지어진 사택에서도 밖을 내다보는 사람이 없다. 십 년 전만 해도, 얼굴에 시커먼 탄가루를 묻힌 광부들이 술잔을 기울이던 선술집이며, 왁자지껄 떠들면서 거리를 걷던 탄광촌. "색시"들이 치마폭 휘날리며 이 탁자 저 탁자로 연신 웃음을 팔던 술집이 한 집 건너 한 집이었고, 여관이며 다방이 즐비하던 거리. 비록 서울의 명동만은 못 해도 삶의 근근한 땀냄새가 지나는 사람마다 배어 나오던 그 거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 중략 -

"개들도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 할 정도로 돈과 술, 그리고 여자로 흥청거리던 탄광촌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천구백팔십년대 말부터였다. 석탄 소비량이 급격히 줄면서 탄광들이 잇따라 문을 닫게 되자 광부들이 하나둘씩 등을 돌렸고 살길이 막막해진 주민들도 집까지 팽개친 채 떠나가기 시작했다.

 --중략-

광부. 그이들은 천구백칠십년대, 아니 천구백팔십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 나라를 이끄는 산업 역군이었다. 해가 바뀌면 대통령이 그이들에게 두툼한 점퍼를 선물로 보내 주기도 하고, 막장에서 일하는 수고로움을 오히려 노동의 모범으로 삼아온 국민들을 대신해 그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때는 광부들에게도 좋았던 시절로 기억된다. 당시에는 노름을 하고, 술을 먹고 취한 채 길거리에 뒹굴어도 좋았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광산 잘 돌아갈 때 돈놀이 하는 사람 참 많았어요. 사 부 이자, 오 부 이자로 돈을 내놔도 이를 쓰겠다고 달려드는 사람이 적지 않았으니까요. 빌린 돈을 갖고 노름판으로 뛰어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그뿐 아니예요. 막걸리 한잔을 마셔도 아가씨를 옆에 두고 술을 마셨어요. 그래서 허름한 술집이라도 두어 명의 아가씨를 두어야 했지요. 허허, 쓰기도 많이 썼지만 그땐 정신만 차리고 살면 돈도 많이 벌었지요."

적어도 그때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사정은 달라졌다.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석탄 산업은 "주유종탄(석유가 주 동력원이고, 석탄은 그 다음)" 정책이 굳어지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수많은 광산은 필요가 없었다. 이에 정부는 천구백팔십년대 말 석탄 합리화 정책을 발표하는데, 그 골자는 석탄 생산량을 줄이자는 것.

 - 위 - <샘이깊은물> 2000. 2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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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에도 설 연휴에 칠 팔십십년대에 탄광촌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고향집을  다녀왔읍니다
 
 이제는 쇠락해서 인적드문 도로를 보면서 만감에 잠겼읍니다

 
 


바람처럼 07-02-22 16:27
 
  사진으로만 봐도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사실을 정치가들은 전혀 모르나봅니다.
중생 07-02-26 11:24
 
  얼마전에 갔던 '석탄 박물관'이 생각나네요..
미천한 중생에게는 가장 인상적인 박물관이었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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