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롯데호텔 Tannoy Westminster 청음회)
1987년 겨울 어느 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털 볼륨에서 Tannoy Westminster 수입대행사가 주최하는 스피커 청음회가 개최되었다. 나는 이때 월간 오디오와 레코드사 잡지의 광고를 보고 참석을 하였는데 마침 사회는 오디오를 좋아하는 아나운서 황인용씨가 보았고 모인 사람은 100명이 넘지 않은 청음회였다. 하지만 처음으로 거대한 꿈의 소리통을 실물로 접하여 크기에 놀라고 소리에 놀랐다. 소리 또한 처음 들었을 뿐만 아니라 황인용씨의 해설로 이 음악 저 음악을 들었던 황홀한 순간이 엊그제 일이었다.
처음으로 참석해본 오디오 청음회는 가슴 설레는 일이었는데 그 가슴 설레며 들었던 스피커 통을 이제 직접 만들려고 보니 마음은 꿀떡인데 어떻게 만들지 가슴으로는 한숨만 나올 뿐이다. 우선은 Tannoy Westminster에 걸맞게 뽀대가 잘 나와야하고, 둘째로 소리통이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소양 즉, 롯데호텔에서 들었던 황홀한 소리가 나와야만 할 것이다.
1987년 Tannoy Westminster 청음회 이후 Tannoy Westminster 꿈은 접어버리고 그때 당시 한참 오디오 매니아를 사로잡았던 3극관에 대한 환상과 이에 걸맞은 스피커가 주목을 받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Goodman Axiom 80이었다. Goodman Axiom 80 Unit을 퇴계로 금강전자에서 구하여 군포 나자로마을 곁에 있는 예화인클러저(윤태찬)에서 코너형 소리통을 제작하여 지금까지 듣고 있다.
제작하여 처음 집에 들어놨을 때의 놀라운 뽀대와 2A3 앰프에 물려 황홀한 소리는 마치 천하를 다 가진 것처럼 부자가 되었다. 명문가의 Goodman Axiom 80 소리는 실망 시키지 않았고 지금은 300B와 어울려 더할 나위없는 소리에 행복이 충만하다.
하지만 세월의 흔적이 Goodman Axiom 80 인클러저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MDF로 제작된 소리통은 무늬목이 거칠어지고 표면이 일어나고 있다. 뽀대를 중시하는 나로서는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Tannoy Westminster 소리통 제작이 시작되었는데 꼼방에서 본디 뽀대는 건달계들이 사용하는 속어인데, 이즈음에서 다시 뽀대가 회자되어야한다. 뽀대는 원래 본때(本-)에서 유래하여 본때, 뽀대, 뽀다구, 뽀다 등으로 변형되어 사용되고 있다.
뽀대를 중시하여 제작한다면 오리지널 통이 추구하는 바와 같이 MDF에 무늬목을 입혀야하는데 목공일을 한 번도 해본 일이 없는 이 두 손으로 무늬목을 어떻게 붙인단 말인가?
모찌님 이 일을 어찌하오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