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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11-29 12:34
글쓴이 :
바람처럼
조회 : 3,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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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11월 27일) 2층 거푸집을 해체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2층 콘크리트 타설은 23일(화요일)에 했으니 4일만에 거푸집을 해체하는 것입니다.
토요일날 오후에 잠깐 들러서 거푸집 해체작업을 보다가 내려왔습니다.
토요일, 일요일 이틀동안 김장을 하느라 하는 일없이 바빴습니다.
일요일날 가족들과 함께 올라가서 다시 찬찬히 살펴봤습니다.
집의 전체 골조가 드러나자 가족들이 한마디씩 합니다.
'연립 지어서 분양할거냐'
'상가를 짓는 거냐'
'집을 짓다가 마는 거냐' (노출 콘크리트를 두고...)
'단독 주택으로는 너무 크다'
대부분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십니다. ^^;;
전원주택, 하면 떠오르는 언덕 위의 하얀 목조주택이 아니고
우중충한 2층 콘크리트 건물이니 그럴만도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집의 골조가 완성되면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 집'을 짓는 과정에서 생각과 마음이 조금씩 변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이라면, 내 집을 짓는다는 것은 변함이 없고, 우리의 선택이 '잘 했다'는 것에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지만 '마음'은 어떤 시기에 따라 미세하게나마 바뀌는 듯 했습니다.
우리집을 짓자고 한 것이 불과 지난 해의 일이었고, 지난 해에
정배리에 땅을 먼저 산 다음, 아파트에서 이사를 하고
설계를 맡기고, 설계도를 보면서 내 집이 지어질 거라는 상상을 하면서 많이 설레였습니다.
설레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마음에 직접 와닿지 않는
'추상'적인 느낌으로만 전해졌습니다.
실제 건축 과정이 눈에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겠지요.
하지만 지난 달부터 공사가 시작되었고, 땅을 파고 콘크리트 벽이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두 가지로 나타났습니다.
하나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내 집을 지으면서도 내 집이라는 절실한 감동이 아직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도통한 도사가 아닌 다음에야 이런 '무념'과 '무상'의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은 거짓말일테고, 아마도 꾸준히 '내 집'을 짓는다는 마인드 콘트롤을 해왔기 때문에 집짓기에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다른 하나는, 설계 도면으로만 있던 집이 실제로 땅 위에 우뚝 선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이제 진짜 집이 생기는구나'하는 실제감과 현장감이 긴장된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어제도 거푸집을 뜯어낸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집의 위치, 크기, 구조 등을 다시 보고 또 봤습니다. 도면으로 표시된 것들이 실제 크기와 위치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궁금했습니다.
새삼스럽게 '집'을 짓는다는 것과, '집' 그 자체에 대한 흥미로움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집'은 하나의 세계임에 분명합니다. 인간이 자신의 존재(영적, 육체적)를 유지하는 틀로써, 개인, 가족, 친척, 이웃들로 연결되는 더 넓은 세계를 잇는 하나의 소행성과 같은 독립된 별이기도 합니다.
물신화된 자본주의 물질문명 속에서 '집'은 재화의 수단으로 변질되었지만, 본래적인 의미에서 '집'은 인간의 욕망, 본능, 존재의 의미를 담는 중요한 매개체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옛날에는 집짓기를 품앗이로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하고 역할을 나누어서 다함께 짓는 축제였습니다. 보다 전문화된 직능으로 구분되기 전까지, 집짓기는 마을의 축제였으며 마을 구성원들이 화합하는 연대의 마당이기도 했습니다.
저희도 '내 집'을 짓는다고 하면서 모든 과정들은 '전문가'의 손에 맡기고 있습니다. 집의 주인이 집 짓는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은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그러고 보니, 앞에서 말씀드린 '절실한 감동'이 없다는 것도 어쩌면 이런 '소외'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집짓기를 즐기는 과정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닌-안타깝게도-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로나 인식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생각은 상당 부분 오해이기도 하지만, 실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가 너무 심하게 벌어진 탓도 클 것입니다.
저희 역시 집짓기의 즐거움을 만끽하기에는 집에 들어가는 돈의 규모가 우리 수준을 초과하고 있어서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아파트를 떠난 것과 좋은 집을 짓는다는 기쁨으로 더 열심히 벌어서 빚을 갚고 진짜 내 집을 누려보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제 골조가 다 올라간 것을 보고 횡설수설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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