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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2-08-21 10:56
우리동네 음악회
 글쓴이 : 그리버
조회 : 1,837  

저희 동네 -그러니까 저희 집에서 8키로 떨어진 문호리라는 곳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대한 신문기사입니다. 조선일보에서 퍼왔는데 조금 과장되긴 했읍니다만 서울서 살 때 보다 더 재미있읍니다 .
 
[지방속으로] 세계적 실내악단이 연주하는 동네음악회  (2002.08.19)

 ▲사진설명 : 지난 10일 저년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사무소 2층 ‘서종 문화의 집 ’공연장에서 열린 체코 프라하 브라스앙상블 단원 5명의 연주를 마을 주민들이 진지하게 감상하고 있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10일 저녁.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사무소 건물 2층에서 은은한 관악(管樂) 선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비제의 ‘카르멘 조곡’과 헨델의 ‘메시아’,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17번’ 등 친숙한 곡들을 연주하는 외국 음악인들은 체코의 프라하 브라스앙상블 단원 5명이었다. 면사무소 회의실을 뜯어고친 90여평의 공연장에는 산책 나온 듯한 가벼운 옷차림의 주민들이 객석 150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정장을 빼입은 사람도, 목에 힘을 주고 은근히 음악회에 온 걸 과시하는 듯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공연을 관람하는 이들의 표정은 진지하기 그지 없었다.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 30여명도 숨을 죽인 채 눈을 반짝이며 무대에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선 ‘브라비’라는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만면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단원들은 즉석에서 앙코르곡을 세 곡이나 연주했다. 단원 지리 리시(Jiri Lisy·40)씨는 “청중들의 반응이 좋아 매우 흡족했다”며 “체코에서도 이런 시골 마을의 작은 음악회는 아주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종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문화모임인 ‘서종사람들’과 서종 문화의 집,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가 주최하는 ‘우리동네 음악회’는 이번으로 스물 다섯 번째. 2년 전부터 한 달에 한 번 씩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마다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한 공연을 열었다. 입장료가 어른 1000원, 학생 500원인 소박한 음악회지만 공연 내용까지 소박하리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카로스 타악기 앙상블의 ‘타악기와 함께 하는 가을’(4회), 유진 현악 4중주단의 ‘세레나데가 있는 가을’(5회), 한국페스티발앙상블 공연(10회), ‘우광혁 교수의 세계 악기 여행’(14회), ‘더 솔리스트 초청 아카펠라 음악회’(19회), ‘도깨비 스톰의 도깨비 난장’(20회), 일본 와라비좌(座) 극단의 ‘일본 전통음악과 춤’(21회)….

지난 2년간 이 곳에서 열린 공연 목록에는 대도시 유수의 무대에서 성황을 이루는 프로그램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오페라 아리아에서 실내악·국악·무용·퍼포먼스까지 실로 다양한 장르에 걸친 공연들이었다.

‘서종사람들’ 민정기(閔晶基·53·서양화가) 회장은 “서종면에 거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이 200명에 가까울 정도로 이 지역은 예술의 향기가 높은 곳”이라며 “북한강의 자연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이곳에서, 빗물이 스며들듯 차분하고 조용한 지역문화의 꽃을 피우고자 이 같은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지역 거주 미술가들과 동네 초·중학생들이 함께 전시회를 여는 ‘우리동네 그리기전(展)’을 열던 ‘서종사람들’은 “작은 규모라도 문화소비자인 지역민이 주(主)가 되는 음악회를 정기적으로 여는 것이 어떠냐”는 아이디어를 냈다.

예술의전당 현직 공연기획팀장인 서종사람들 이철순(李哲淳·46) 부회장이 발벗고 나서 저명한 연주자들을 섭외하기 시작했다. 관객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해설이 있는 음악회’가 기본 컨셉트였다. 취지에 공감한 예술인들은 자원봉사에 가까운 ‘원정 공연’을 흔쾌히 수락했다. 홍보 수단은 마을 큰길에 걸어놓은 플래카드와 서종초등학교·서종중학교를 통한 ‘가정통신문’이 전부였다. 요란한 홍보를 하지 않은 것은 일회성 행사보다는 생활 속에 자연스레 파고들어 삶의 자양분이 될 지역문화의 자생(自生)을 바랐기 때문이었다.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마땅한 공간이 없었기에 인근 서종초등학교 강당 건물을 빌려 무대를 마련했다. 회원들이 십시일반 회비를 걷었고, 작년부턴 양평군·한국문화예술진흥원·한국마사회 등으로부터 연 1450만원의 문화진흥자금을 지원받았지만 경비를 충당하기엔 부족했다. 턱없이 낮은 공연료를 미안해 한 회원들은 스스로 만든 부채와 판화 등을 선물하면서 행사를 이어갔다.

결과는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런 걸 왜 하느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관람 분위기도 소란스러웠다. 그러나 조금씩 공연에 빠져드는 주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북한강변 초등학교 강당이라는 무대는 연주자와 청중 모두에게 신선한 감흥을 주기에 충분했다. 작년 ‘추석맞이 국악한마당’(15회)에 참가했던 한모음실내악단의 단원들은 포스터에 ‘너무나 예쁜 곳에서 공연하고 나니 마음이 맑아지는 듯하네요’라고 적어놓고 갔다.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의 피아니스트 박은희(朴恩熙)씨는 “다음에 꼭 다시 오겠다”며 즐거워했다. 조금씩 소문이 퍼져갔다. 마침내 도(道)와 군(郡)이 지원을 결정했고, 지난 5월 면사무소 건물에 ‘서종 문화의 집’이라는 상설공연장을 개설하게 됐다. 소방차고로 쓰이던 면사무소 앞 건물은 갤러리로 바뀌었다.

서종 문화의 집 공연이 있을 때마다 보러 온다는 주민 김인순(金仁順·여·59)씨는 “카페촌으로 오해돼 왔던 이 지역에 이런 훌륭한 문화예술 공간이 생겨 참 좋다”며 “한 번 서울까지 올라가기가 힘든 이곳에서도 손자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주게 됐다는 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탁계석(卓桂奭)씨는 “인구 4000여명의 서종면에서 오페라 아리아나 퍼포먼스 같은 공연을 정기적으로 볼 수 있다는 건 경이적인 일”이라며,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동화(同和)할 수 있는 풀뿌리 문화행사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철순 부회장은 “이제는 주민들이 오히려 공연의 질(質)을 따지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공연 때마다 단골로 찾아오는 ‘매니아’ 관객들이 수십 명이나 생겼고, 길에서 만나는 꼬마들이 ‘이번달에는 뭘 해요?’라고 물어온다는 것. 이들은 소액(少額)이라도 반드시 입장료를 받는 이유에 대해 ‘문화는 가치를 지급하고 얻는 것’이라는 생각을 자라나는 세대에 심어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서종 문화의 집에선 내달 이후에도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충모(姜忠模) 교수의 피아니스트 독주회, 기타 4중주, 리틀엔젤스 합창 등의 공연 일정이 계속 잡혀 있다. “음악과 예술이 마을 주민들의 일상 생활 속으로 정착하게끔 하는 것이 저희들의 목표입니다. 주민들이 기획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예술행사로 만드는 것이죠.” 서종사람들 회원들은 앞으로 ‘북한강 여름음악 축제’와 같은 보다 큰 행사를 열어 수도권의 대표적인 음악축제로 자리잡게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물론 그 주인공은 객석에 앉은 서종면 주민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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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를 주도하는 사람들
    ‘서종사람들’-‘서종 문화의집’-자치위 함께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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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남 미사리와 팔당대교, 양수리…. 서울에서 서종면까지 오려면 내내 한강의 시원한 경관을 옆에 끼고 달려야 한다. 하지만 이 강변 마을은 요즘 택지개발로 인한 상처를 입고 있다. ‘서종사람들’ 회원들은 ‘잘 지어진 전원주택 속에서 명품(名品) 오디오를 통해 혼자 음악을 듣는다고 해서 문화가 완성되는 것이겠느냐’고 반문한다.

‘서종사람들’은 양평군 서종면에 거주하는 지역주민 15명으로 구성된 민간 문화NGO다. 민정기 회장, 이철순 부회장, 시인이자 전 ‘월간미술’ 편집장인 이달희(李達熙·54)씨, 서양화가인 나경찬(羅暻燦·42) 총무와 이근명(李槿明·45) 사무국장, 사진작가 김승곤(金升坤·52)씨와 임향자(林香子·51)씨 부부를 비롯한 도예가·지역인사·교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2000년 1월 모임을 만들어 20여회의 음악회와 3회의 기획전시 등 꾸준한 지역문화행사를 추진해 왔다. 이근명 사무국장은 “대가(大家)들과 초등학생이 함께 마을을 주제로 한 작품전을 여는 곳은 아마 여기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개최하는 문화행사는 철저히 ‘주민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공연자에게도 ‘긴장을 푼 편안한 연주’를 사전에 주문한다는 것. 섭외와 주민들을 상대로 한 홍보에서부터 전단 발송, 장내 정리까지 모두 이들 회원이 도맡아 한다. 임향자씨는 “식당을 겸한 서종초등학교 강당에서 음악회가 열리던 날, 나이드신 회원분들도 모두 앞장서서 식탁과 의자를 옮기는 모습을 보고 감명받았다”며 초창기를 회상했다.

이들은 ‘우리동네 음악회’ 이외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문화특강’도 병행하고 있다. 학교 특별활동 시간에 강사를 초청해 어린이 연극과 음악회·미술특강을 해온 것. 장차 ‘문화적 세례’를 받은 이 어린이들이 자라 지역문화의 행사 주체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철순 부회장은 “지속적으로 행사를 이어나가고 싶지만, 사실 각계로부터의 지원이 가장 아쉽다”며 지방 문화시장의 육성을 위한 기업들의 후원행사 등을 희망했다. (031)773-8165
( 楊平=兪碩在기자 karma@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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